바다 한가운데에서 배가 침몰했다. 운이 좋아 살아남은 사람들은 한 무인도의 해변에서 깨어났다. 이미 죽어 시신이 된 사람들을 제외하면, 살아 있는 사람들은 10여 명. 어떤 사람은 멍하니 주저앉았고, 어떤 사람은 엉엉 소리 내 울었고, 어떤 여인은 남편의 시신을 껴안고 울었고, 어떤 사내는 숲 쪽을 확인하러 들어갔고, 어떤 사내는 해변에 떠내려온 물건들을 정리했고, 어떤 사내는 해변을 따라 섬을 한 바퀴 돌았다. 시간이 흘러 해가 지고 난 뒤, 사람들은 모두 모여서 대책을 논의했다. 결론은 구조대가 올 때까지 버티자는 것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식량이었다. 다행히 한 사내의 직업이 식품연구원이었고, 그의 캐리어 안에는 햄 통조림이 종류별로 가득 차 있었다. 사람들은 그것으로 허기를 채우고, 모두 함께 해변에 모여서 잠을 잤다. 다음 날, 그들은 나무를 이용해 해변에다 거대한 SOS를 그렸다. 마른나무들을 모아 불을 지피고, 떠내려온 시신들을 수습해 한곳에 모아두었다. 어서 구조대가 오기만을 바라며, 햄 통조림을 먹으며 하루를 보냈다. 다음 날, 그다음 날, 그다음 날. 일주일이 넘도록 구조대는 오질 않았다. 그 와중에 부상이 심했던 한 사람이 사경을 헤매다 사망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그의 죽음을 보며 공포를 느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기 시작했다. 구조대가 오기 전에 모두 죽거나, 구조대가 오지 않거나. 현실적으로도 가장 중요한 식량 문제가 마음에 걸렸다. 섬의 숲에 먹을 만한 열매라고는 야자열매 몇 개가 전부였고, 그들이 가진 햄 통조림도 거의 떨어져갔다. 햄 통조림의 주인이 냉정하게 말했다. "우리가 살기 위해선 합리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이 몇 안 남은 통조림을 최대한 아껴야 합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죄송한 말이지만, 오늘내일하시는 노인분께는 더 이상 햄 통조림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 우리 모두를 위한 합리적인 일이 아닐까생각합니다." 노인은 당황했다. 다른 사람들도 표정이 불편해졌다. 하지만 합리...